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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갑자기 치아에 패인 자국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제 가족이 그랬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치과를 못 가다가 스케일링 겸 검진을 받았는데, 치석이 걷히고 나서야 치아 패임이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스케일링이 원인이 아니라, 원래 있던 패임이 가려져 있었던 셈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게 뭐냐"고 물었던 순간부터 치아 패임을 제대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치아 패임, 왜 생기는 걸까 — 원인부터 짚어봤습니다
치아 패임이 생기는 이유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나이 들면 생기는 거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치아 패임은 치아의 목 부위, 즉 씹는 면 아래 잇몸과 맞닿는 부분인 치경부(齒頸部)가 깨지거나 닳아 없어지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치경부란 치아 머리와 치근 사이의 잘록한 부분을 가리킵니다. 문제는 이 부위를 감싸고 있는 법랑질(치아를 둘러싸는 가장 단단한 바깥 층)의 두께가 유독 얇다는 점입니다. 치아 머리 부분은 법랑질 두께가 1.0~2.0mm인 데 반해, 치경부는 0.3~0.4mm에 불과합니다. 구조 자체가 취약하게 태어나는 셈입니다.
패임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어브레이션(Abrasion)은 양치질을 지나치게 옆으로 세게 해서 치경부가 기계적으로 마모되는 경우입니다. 패인 면이 비교적 동글동글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어브프랙션(Abfraction)은 씹는 힘, 즉 교합력(咬合力)이 치경부에 집중되어 도끼로 나무를 찍듯 쐐기 모양으로 깨져 나가는 현상입니다. 패인 면이 날카롭고 각진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검진받았을 때 발견한 패임도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형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치질만 잘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공부해보니 구조적 취약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맷돌처럼 갈면서 씹는 저작 습관이 있어 치경부에 가해지는 굽힘 응력(bending stress)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치경부 법랑질 두께: 0.3~0.4mm (치아 머리 부위의 1/4~1/3 수준)
- 어브레이션: 옆으로 세게 닦는 양치 습관 → 기계적 마모 → 동글한 패임
- 어브프랙션: 강한 교합력 → 쐐기형 파절 → 날카로운 패임
- 이갈이, 교합력 과부하, 강한 저작 습관이 있으면 더 빠르게 진행됨
시리면 다 아픈 것 아닐까 — 증상이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치아가 패이면 당연히 시리고 아프겠지, 라는 게 제가 처음 가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꽤 다른 경우도 많다는 걸 알고 나서 조금 놀랐습니다.
치경부마모증(Cervical Wear)이 진행될수록 상아질(象牙質)이 노출됩니다. 상아질이란 법랑질 안쪽에 있는 층으로, 신경과 이어지는 미세 관(상아세관)이 촘촘하게 뚫려 있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패임이 깊어질수록 이 상아질이 드러나고, 더 진행되면 치수(齒髓), 즉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공간에 가까워지면서 시린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오래 세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경우에는 몸이 알아서 반응성 상아질을 쌓아 올립니다. 마치 동맥경화처럼 치수 안에 석회화 물질이 퇴적되면서 신경이 점점 좁아지고 둔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꽤 많이 패여 있어도 정작 본인은 시린 증상을 거의 못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제 가족이 검진받을 때처럼 증상이 없어서 몰랐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양치질할 때 옆으로 칫솔을 움직이는 순간에만 찌릿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한국치과의료연구원(RDA)에 따르면 치경부마모증은 40대 이상 성인에서 특히 빈번하게 관찰되며,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는 비율이 상당합니다. 따라서 시리지 않다고 안심하는 것은 제 경험상 좀 위험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레진이냐 GI 재료냐 — 치료재료 선택,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치아 패임 치료를 검색하면 대부분 레진(Resin) 치료가 먼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레진이 더 자연스럽고 좋은 재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이 문제를 들여다보니 치경부 패임에 한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레진은 치아 색과 잘 어울려 심미적으로 우수합니다. 그래서 앞니처럼 외부에서 잘 보이는 부위에는 레진 치료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레진의 치명적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치경부 패임은 구조 자체가 취약한 곳에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재발이 잦습니다. 레진이 떨어지거나 주변에 이차 우식(충치)이 생겨 재치료를 하게 되면, 다시 붙이기 위해 기존보다 범위를 넓혀 건강한 치아까지 일부 삭제해야 합니다. 치아를 갈아낸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GI(Glass Ionomer, 글라스 아이오노머) 재료는 치아에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라 치아를 깎거나 별도로 본드를 바를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GI 재료란 유리 이온체 시멘트의 일종으로, 치아의 칼슘 성분과 화학 결합하여 접착하는 보험 적용 치과 재료입니다. 색깔이 치아와 완벽히 어울리지는 않지만, 작은 어금니처럼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는 충분히 실용적입니다. 무엇보다 떨어지더라도 재치료 시 치아를 더 갈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결정적입니다.
출처: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치경부 병소 처치 시 재료 선택은 병소의 위치, 심미 요구도, 재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가 검진을 받고 나서 내린 결론도 같았습니다. 앞니는 레진, 소구치 이후 안쪽 치아는 GI 재료가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 레진: 심미성 우수, 앞니에 적합 / 재치료 시 치아 삭제 필요
- GI 재료: 보험 적용, 화학적 결합 / 재치료 시 치아 추가 삭제 불필요
- 보이지 않는 소구치·대구치 부위는 GI 재료가 장기적으로 유리
신경치료가 꼭 필요할까 — 과잉 진료 기준을 알아야 합니다
치아가 패였다고 하면 다른 치과에서 신경치료에 크라운까지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꽤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게 표준 치료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패임의 정도와 증상에 따라 판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신경치료(근관치료, 根管治療)가 필요한 경우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첫째, 치아 내부의 치수(신경·혈관이 지나는 공간)가 외부에서 육안으로 비칠 만큼 패임이 깊어진 경우입니다. 둘째, 찬물이 닿았을 때 시린 느낌이 삼키고 난 뒤에도 수 초간 지속되거나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번지는 경우입니다. 이것을 비가역적 치수염(Irreversible Pulpitis)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비가역적 치수염이란 외부 자극으로 인해 치수 조직에 생긴 염증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상태를 말하며, 이 경우에는 신경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면 패임이 있어도 시린 증상이 약하거나 없고, 치수가 비치지 않는다면 신경치료 없이 GI 재료나 레진으로 덮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서 치료 결정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주관적 증상의 개인차입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인데, 많이 패였어도 안 시리다는 분이 있고 조금 패였어도 못 참겠다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치과에서 바람 불기 검사와 영상 촬영을 병행해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의 단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제가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된 부분입니다. 치아 패임 → 레진/GI 충전 → 신경치료 → 크라운 → 발치 → 임플란트, 이 흐름에서 한 단계씩 건너뛸수록 치아에 가해지는 손상은 커집니다. 가능한 한 손을 덜 대는 방향이 결국 치아 수명을 늘리는 길이라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케일링 후에 치아 패임이 생겼는데 스케일링 때문인가요?
A. 저도 그렇게 의심했지만, 스케일링이 직접 원인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치석이 제거되면서 원래부터 있던 패임이 가려져 있다가 드러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 경우도 치과 선생님께서 같은 설명을 해주셨고, 치석 자체가 패임 부위를 덮어 오히려 감춰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Q. 치아 패임인데 시린 증상이 전혀 없어도 치료를 해야 하나요?
A. 증상이 없어도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장기간 천천히 진행된 경우 치수 석회화로 인해 증상 자체가 무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패인 부위에 음식물이 끼어 이차 우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정기 검진에서 확인하고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Q. 치아 패임 예방하는 방법이 있나요?
A. 100% 예방은 어렵습니다. 치경부 법랑질이 구조적으로 얇게 태어나는 것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줄이고, 칫솔을 옆으로 세게 문지르는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시린 증상이 있다면 코팅 성분이 포함된 시린이 치약(시린메드 계열)을 하루 한두 번 사용하는 것도 제가 직접 써보니 체감상 도움이 됐습니다.
Q. GI 재료와 레진,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A. 부위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앞니처럼 외부에서 잘 보이는 치아는 심미성을 위해 레진이 불가피하지만, 소구치나 대구치처럼 안쪽 치아는 GI 재료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치아를 더 적게 손상시키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재료든 치경부 패임은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치료 시 치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치아가 건강한 사람이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닙니다. 치주염이 심혈관 질환, 당뇨병, 폐렴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을 만큼, 잇몸과 치아 건강은 전신 건강과 직결됩니다. 치아 패임은 심미적으로도 보기 불편하지만, 방치하면 이차 충치와 치수염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됩니다.
제가 이번에 배운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치아 패임은 구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옆으로 세게 닦는 양치 습관을 고치고 딱딱한 음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치료는 최대한 치아를 덜 손상시키는 방향이 결국 장기적으로 유리하고, 신경치료는 비가역적 치수염이 확인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패임의 진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구강 관리를 이어가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