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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잘 탄다고 온열질환에 더 잘 걸릴까요? 저는 한때 여름을 제일 좋아했고, 더위 걱정은 남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름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올해는 5월 중순에 이미 온열질환 첫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빠른 기록입니다.
폭염이 '그냥 더운 날씨'가 아닌 이유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폭염에도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위험한 착각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여름밤 선선한 바람이 행복 중 하나였고, 더위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름이 되면 기력이 눈에 띄게 쳐지고, 밤이 되면 오히려 더 덥게 느껴지는 날들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살이쪄서 그런가 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여름 자체가 바뀐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 나트랑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더워서 꽤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나트랑보다 오히려 더 습하고 더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남아 못지않은 폭염이 이미 우리 일상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온열질환자는 4,000명을 훌쩍 넘으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폭염은 이제 단순한 날씨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최근 유럽의 경우를 봐도, 전통적으로 에어컨 없이 생활이 가능하던 나라들이 이상기온으로 인해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그늘만 가면 시원하던 유럽 여름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냉각 시스템이 무너질 때 — 체온 조절의 한계
우리 몸은 정상 체온인 36.5도를 유지하기 위해 발한(發汗), 즉 땀 분비와 말초혈관 확장을 통해 끊임없이 열을 외부로 배출합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냉각 장치와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외부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이 냉각 시스템이 감당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열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이 많아지면,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체온 조절 중추'란 시상하부(視床下部)를 가리키며, 체온이 위험 수준으로 오르면 신체 전반의 장기가 연쇄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갈증, 두통, 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환자 본인이 이를 단순한 더위로 여겨 방치하다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기 손상이 진행된 열사병(Heat Stroke)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열사병이란 체온 조절 기능이 완전히 붕괴되어 핵심 체온이 40도를 넘어선 상태로,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없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 조건에 해당할수록 위험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 고혈압, 심장질환: 고온 환경에서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되어 혈압이 불안정해지거나 심부전 위험이 높아집니다.
- 당뇨병: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신장 기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노약자·영유아: 자체적인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해 같은 환경에서도 훨씬 빨리 위험 수준에 도달합니다.
- 야외 근로자·운동 중인 성인: 배달, 건설 현장, 농작업 등 지속적인 열기 노출로 인해 자각 없이 심각한 탈수(脫水)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탈수란 체내 수분이 필요 수준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무서운 점은 갈증이 느껴지는 시점에는 이미 탈수가 상당 수준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야외에서 두어 시간 활동하다 보면 본인은 멀쩡하다고 느끼면서도 집에 돌아와 체온을 재보면 평소보다 높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몸이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던 것입니다.
실제로 바꾼 예방 수칙 — 이론 말고 실전
온열질환 예방법을 찾아보면 "물 마시기, 그늘 피하기, 쉬기"라는 원론적인 말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알고 있었지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제가 직접 루틴을 바꿔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수분 보충에 관해서는 예상 밖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울 때 습관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시원한 맥주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카페인과 알코올은 이뇨(利尿) 작용을 촉진합니다. 이뇨 작용이란 소변 생성을 촉진해 오히려 체내 수분을 더 빠르게 배출시키는 것입니다. 즉, 시원하게 마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탈수를 가속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외출 전 반드시 텀블러에 물을 채워 들고 나가고, 갈증이 없어도 30분마다 의식적으로 한두 모금씩 마시는 습관을 들였습니다(출처: WHO — Heat and Health).
일반적으로 모자나 양산은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데, 저는 이 인식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직사광선이 두피와 목에 직접 닿는 것만 차단해도 체감 온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외국에서 양산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거의 한국인들이었는데, 최근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양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우산까지 쓰고 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또한 외출 시 모자, 양산, 선글라스를 필수 장비로 챙기고 있습니다. 옷도 어두운 색상은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는 밝은 색상 위주로 바꿨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야외 활동 중 메스꺼움, 두통, 극심한 피로감이 느껴지면 무조건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실내나 그늘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 경험상,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 몇 분이 열탈진(Heat Exhaustion)에서 열사병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열탈진이란 체온 조절 기능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로, 이 시점에 빠르게 대처하면 열사병으로의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열사병이랑 일사병은 다른 건가요?
A. 네, 엄연히 다릅니다. 일사병(Heat Exhaustion)은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어 땀을 많이 흘리고 탈수가 진행된 상태로, 체온 조절 기능은 아직 작동 중입니다. 반면 열사병(Heat Stroke)은 체온 조절 중추 자체가 기능을 잃어 핵심 체온이 40도를 넘는 응급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둘을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열사병은 즉각적인 응급 처치 없이는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전혀 다른 수준의 위험입니다.
Q.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A.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수분을 체외로 내보냅니다. 즉, 시원한 느낌은 잠깐이지만 실제로는 탈수를 가속하는 것입니다. 폭염 중 야외 활동 전후라면 특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메스꺼움, 두통,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실내나 그늘로 이동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다음 시원한 물을 마시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 체열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30분 이상 개선되지 않거나 의식이 흐려진다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Q. 당뇨병이 있으면 폭염이 더 위험한가요?
A. 그렇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탈수가 일반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탈수가 심해지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더위와 혈당은 별개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폭염 환경이 혈당 수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자는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결론
지구 온난화로 폭염의 강도와 빈도는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내던 유럽이 온열질환 사망 국가가 됐고, 베트남 나트랑보다 우리나라가 더 습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건 개인 차원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문제입니다. 국가, 지자체, 기업이 야외 근로자 보호 지침과 폭염 대응 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텀블러, 모자, 양산을 챙기고 몸의 신호에 예민해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폭염이 무서운 것은 자각 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괜찮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올여름, 응원 열기는 뜨겁게 올려도 건강 관리만큼은 냉정하게 챙기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