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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양을 복용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좋다는 건 일단 찾아보고, 국내에 없으면 해외 직구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직구까지 해서 구매한 영양제까지 복용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노랗게 변해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영양제를 과신하면 안 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영양제는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에서도 섭취하는 성분이니까 몸에 해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죠.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허가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의약품의 경우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서 임상시험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의미합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100명 이하의 소규모 실험 결과만으로도 승인이 가능합니다. 근거 수준이 의약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낮다는 뜻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직구한 영양제도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미국인의 체격과 식습관을 기준으로 설계된 성분 용량이, 제 몸에는 과부하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얼굴이 노랗게 변한 건 지용성 성분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됐다는 신호였고, 복용을 즉각 중단하고 나서야 돌아왔습니다. AI와 상의하면서 성분을 검토했음에도 몸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2023년 일본에서는 제약회사 고바야시 제약이 만든 홍국(紅麴, 붉은 누룩) 성분 영양제가 오염돼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홍국이란 붉은 곰팡이를 발효시킨 천연 성분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물질입니다. 이 사건은 영양제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 건강기능식품 허가 기준은 의약품 임상시험 기준보다 훨씬 낮습니다
- 해외 영양제는 현지인 기준으로 용량이 설정되어 있어 체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천연 성분이라도 품질 관리가 의약품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이 있습니다
- 지용성 비타민처럼 체내 축적되는 성분은 과다 복용 시 독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루테인·밀크씨슬, 실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영양제 중에서도 특히 많이 팔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루테인과 밀크씨슬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한동안 두 가지를 동시에 챙겨 먹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제대로 된 이유가 없었습니다.
루테인(Lutein)은 눈에 좋다는 이유로 많이들 찾습니다. 루테인이란 황반(黃斑)이라고 불리는 눈 뒤쪽 시신경 밀집 부위에 존재하는 색소 물질입니다. 중요한 건 루테인의 작용 부위가 수정체나 그것을 조절하는 근육과는 관계없다는 점입니다. 시력 저하나 노안은 수정체와 조절 근육의 문제인데, 루테인은 그 앞쪽이 아니라 훨씬 뒤쪽에 있는 황반에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즉,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이 이미 진행 중인 환자에게는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건강한 눈에 루테인을 먹는다고 시력이 좋아지거나 노안이 늦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밀크씨슬(Milk Thistle)도 비슷합니다. 밀크씨슬이란 엉겅퀴과 식물에서 추출한 실리마린(Silymarin)이라는 성분으로 만든 영양제로, 간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음주자의 간을 실제로 보호한다는 임상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밀크씨슬 먹었으니까 술 좀 마셔도 되겠지"라는 식으로 활용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도덕적 면죄부 효과'입니다. 영양제를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허용하는 심리적 면허가 되는 것이죠. 제가 밀크씨슬을 먹던 시기를 돌아봐도, 섭취 습관이 달라진 것은 없었고 그저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연간 6조 원을 넘어섰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이 막대한 금액 중 실제로 임상적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되는 제품이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올바른 영양제 선택,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부 의료인들이 영양제를 '값비싼 소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용성 비타민처럼 몸에서 흡수되고 남은 성분은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때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비타민 D를 꾸준히 복용했을 때 혈중 농도 수치가 정상 범위로 올라온 경험이 있어서, 마냥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비타민 D처럼 실내 생활이 많고 자외선 차단제를 습관적으로 쓰는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실제로 결핍 여부를 확인하고 보충하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비타민 D(Vitamin D)는 콜레스테롤이 자외선 UVB를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뼈의 칼슘 흡수와 면역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혈중 농도를 확인하지 않고 '고용량이 좋겠지'라며 시중에서 가장 강한 제품을 고르는 경우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과다 복용 시 고칼슘혈증(Hypercalcemia) 같은 부작용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메가3(Omega-3)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메가3란 DHA와 EPA라는 불포화 지방산의 복합체로, 중성지방(Triglyceride)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임상적으로 인정되어 실제 병원에서 처방으로도 사용됩니다. 단, 이 역시 중성지방이 높은 분들에게 의미 있는 것이지, 수치가 정상인 사람에게 예방 목적으로 무조건 먹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또한 오메가3는 기름이기 때문에 산폐된 오메가3를 복용하면, 오히려 복용하지 않은 것보다 못합니다.
정리하면 영양제가 전혀 의미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음식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가 생기고, 특정 질환이나 수술 후 결핍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습관은 그대로 두고 영양제로 건강을 대신하려는 접근, 병원 처방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당뇨나 고지혈증을 관리하려는 시도는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진짜 위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루테인 영양제 먹으면 시력이 좋아지나요?
A. 일반적으로 루테인이 눈 건강 전반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루테인의 작용 부위는 황반이지 시력을 결정하는 수정체나 조절 근육이 아닙니다. 황반변성이 이미 진행 중인 분들에게는 진행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력 개선이나 노안 예방 효과는 과학적으로 뒷받침이 부족합니다.
Q. 밀크씨슬 먹으면 술 마셔도 간에 괜찮은가요?
A. 밀크씨슬이 음주자의 간을 보호한다는 임상적 근거는 생각보다 매우 적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도덕적 면죄부 효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 습관을 그대로 두고 밀크씨슬에 의존하면 간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Q. 비타민 D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건가요?
A.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라 체내에 축적됩니다. 결핍이 확인된 경우라면 보충이 필요하지만, 이미 충분한 농도를 가진 사람이 고용량을 복용하면 고칼슘혈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로 현재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복용량을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해외 직구 영양제, 국내산보다 좋은가요?
A.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해외 영양제는 해당 국가 사람들의 체격과 식습관을 기준으로 성분 용량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미국산 영양제를 복용했다가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경험을 했고,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증이 안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직구 전에 성분과 용량을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Q. 당뇨 약 대신 영양제로 혈당 관리 가능한가요?
A.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입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고도 처방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체하려다 혈당 조절이 안 돼 고혈당 혼수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영양제는 당뇨약을 대체할 수 없으며, 처방약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