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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이면 콜레스테롤이나 혈관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피검사에서 LDL 수치가 높다는 소견을 받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만성 염증은 증상 없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심각한 혈관 질환으로 터져 나옵니다. 뇌경색, 심근경색, 동맥경화 모두 그 시작점에 만성 염증이 있습니다.



동맥경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닙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콜레스테롤이 좀 높네" 하고 넘긴 적이 있습니다. 딱히 아프지도 않고 체중도 정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정확히 만성 염증의 함정입니다. 아무 증상이 없다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를 놓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LDL 콜레스테롤이 활성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면서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가 모여들어 지방질을 먹기 시작하는데, 이를 거품세포 형성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혈관 벽 안쪽에 기름 찌꺼기가 끼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그 뒤로 플라크(죽상반)가 서서히 쌓입니다. 플라크란 혈관 내벽에 형성된 지방·세포 찌꺼기 덩어리로, 혈관을 점점 좁히고 딱딱하게 만드는 구조물입니다. 혈관이 딱딱해지면 혈압 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그 피막이 터지면서 혈전이 혈관을 완전히 막아버립니다. 바로 그게 뇌경색이 되고, 심근경색이 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 결과물이라는 점이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라면 활성산소와 일산화탄소가 이 과정을 훨씬 빠르게 앞당깁니다. 또한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이라는 증상도 있습니다. TIA란 혈관이 잠깐 막혔다가 풀리는 현상으로,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일시적 마비가 왔다가 회복되는 경우입니다.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일주일 이내에 완전한 뇌혈관 질환이 올 가능성이 50%에 달한다는 사실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출처: American Stroke Association).

요약: 동맥경화는 증상 없이 진행되며, 만성 염증이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마른비만, 저체중이라고 안심했던 제 실수

저는 BMI 기준으로는 정상 범위 아래에 가까운 편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내장 지방이나 대사 문제는 나랑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피검사 결과를 받기 전까지는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정말 흔한 착각이었습니다.

마른비만이란 체중이나 BMI는 정상 수치에 들어가지만, 근육량이 부족하고 내장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합니다. 겉으로는 마른 것처럼 보여도 뱃살만 볼록 나온 체형이 대표적입니다. 근육이 적으면 혈액 속 혈당을 처리할 공간이 줄어들고, 남은 에너지는 결국 내장 주변에 지방으로 축적됩니다.

문제는 이 내장 지방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장 지방 조직 안에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 부족한 저산소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사이토카인(cytokine)이 과분비됩니다.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신호 물질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몸 전체를 만성 염증 상태로 몰아가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루킨-6(IL-6)과 TNF-알파가 있으며, 이것들이 혈중에 지속적으로 돌면 인슐린 저항성을 빠르게 높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돼도 세포가 반응하지 않아 혈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즉, 마른비만은 당뇨와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일반적인 비만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비만이라는 인식 없이 관리를 안 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살이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검사를 미루게 만들었습니다.

요약: 정상 체중이어도 근육량이 부족하면 내장 지방과 만성 염증이 동시에 쌓이는 마른비만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항염식품,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염증 수치를 낮추는 기적의 음식 같은 건 없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것만 먹으면 해결된다"는 식의 정보를 찾았는데, 실제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단일 식품이 염증 반응을 싹 없애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대신 꾸준히 먹었을 때 염증 수치를 서서히 낮춰주는 식품군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직접 식단에 넣어보면서 효과를 느낀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브로콜리·케일·시금치 등 짙은 잎채소 — 설포라판(sulforaphane) 성분이 항염 작용에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설포라판이란 십자화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파이토케미컬로,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 블루베리·아로니아 등 베리류와 귤류 — 안토시아닌과 플라보노이드, 비타민 C가 풍부해 혈관 내피 보호에 도움을 줍니다.
  • 병아리콩·렌틸콩 — 이소플라본 등 식물성 단백질에 함유된 항염 성분이 풍부하며, 고기 대신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도 좋습니다.
  • 귀리·현미 등 통곡물 — 껍질에 있는 식이섬유가 장에서 독소 흡수를 막고 배출을 도와 장내 염증을 줄입니다.
  • 계란 + 채소 조합 — 계란의 불포화지방산과 레시틴이 채소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흡수율을 최대 7배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단, 계란을 먹을 때 주의할 조합이 있습니다. 감의 탄닌 성분은 계란 단백질과 결합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녹차나 커피의 폴리페놀도 계란의 미네랄·단백질과 침전 반응을 일으켜 흡수를 방해합니다. 제가 예전에 습관적으로 삶은 계란과 아메리카노를 함께 먹었는데, 이게 좋은 조합이 아니었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예전에 저는 계란 노른자를 콜레스테롤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좋은 HDL 콜레스테롤과 나쁜 LDL 콜레스테롤은 엄연히 다르고, 계란 노른자에는 오히려 HDL 콜레스테롤과 항산화 성분이 많습니다. 흰자만 먹는 것보다 노른자까지 함께 먹는 게 낫다는 것도 제게는 예상 밖의 정보였습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요약: 단일 슈퍼푸드보다 짙은 채소·베리류·콩류·통곡물을 골고루 먹는 식단 전체가 항염 효과의 핵심입니다.

 

간헐적 단식과 수면,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식단만큼 자주 언급되지 않지만, 저는 수면이 염증 관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음식과 운동은 챙기면서 수면은 타협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랬습니다.

뇌에는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청소 구조가 있습니다. 글림파틱 시스템이란 뇌척수액이 뇌 조직을 씻어내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뇌 고유의 배수 시스템으로, 수면 중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베타아밀로이드도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에 침착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잠을 줄이면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라, 뇌 속 찌꺼기가 쌓이는 상황이 됩니다. 연구에서는 7시간 이상 수면과 6시간 미만 수면 그룹 사이에 염증 수치와 심혈관 위험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간헐적 단식도 제가 직접 12:12 방식부터 시작해봤는데,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6시면 자연스럽게 12시간 공복이 됩니다. 이 공복 상태가 오토파지(autophagy)를 활성화합니다. 오토파지란 세포가 손상된 단백질이나 노폐물을 스스로 분해·재활용하는 자가정화 과정입니다. 세포 단위에서 찌꺼기를 청소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만성 염증 억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다만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분들은 저혈당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처럼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12:12 단식만으로도 꾸준히 실천할 경우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운동도 병행하면서 꾸준히 하고 있는데, 바로 효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약: 7시간 이상 수면으로 글림파틱 시스템을 가동하고, 12시간 공복으로 오토파지를 유도하는 것이 만성 염증 관리의 기본 루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성 염증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만성 염증은 증상이 없어 스스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혈액검사에서 고감도 CRP(hs-CRP) 수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다면 만성 염증 상태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의사 상담을 권합니다.

 

Q. 마른 사람도 동맥경화가 올 수 있나요?

A. 네, 올 수 있습니다. 체중보다 근육량과 내장 지방 비율이 더 중요합니다. 근육이 적고 내장 지방이 많은 마른비만 상태에서는 인슐린 저항성과 사이토카인 과분비가 동시에 일어나 혈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체중이 정상이어도 복부 둘레와 혈액검사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간헐적 단식은 매일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매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단식해도 오토파지 유도에 의미 있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12:12 방식은 저녁을 일찍 먹고 아침을 조금 늦게 먹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어 가장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단,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사용 중이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시작하십시오.

 

Q. 계란은 하루에 몇 개까지 먹어도 되나요?

A.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하루 1~2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재 주류 견해입니다. 계란 노른자의 콜레스테롤은 LDL을 직접 높이기보다 HDL 수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신장 질환이 있거나 단백질 대사에 제한이 필요한 분은 담당 의사와 섭취량을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만성 염증이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경색 모두의 출발점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저는 저체중이니 괜찮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오래 방치하게 만들었습니다. 마른비만의 위험성, 식단의 조합, 수면의 역할, 간헐적 단식의 원리까지 알고 나니 관리 방향이 훨씬 구체적으로 잡혔습니다.

지금 저는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과 12:12 간헐적 단식, 그리고 채소와 통곡물 비중을 높인 식단을 함께 실천 중입니다. 한 달 만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6개월 뒤 혈액검사 결과를 목표로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성 염증 관리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kK5893YIfs